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봅니다. ‘이 세계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된다면? 생각보다 편하지 않은, 어쩌면 고달픈(?) 삶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 속에서 실제로 살아간다면 벌어질 웃기지만 슬픈 현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토토로를 타고 출근하는 현실
토토로 버스는 정시에 오지 않습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사츠키와 메이가 비 오는 날 버스 정류장에서 토토로와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도 토토로랑 함께 저렇게 서 있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토토로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의 배 위에 올라타고 출근해야 한다면?
먼저, 가장 큰 문제는 ‘정시성’입니다. 고양이 버스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토토로는 그저 숲을 돌아다니는 존재일 뿐입니다. 토토로가 언제,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배 위에 올라 출근하는 것은 매우 불안정한 출근 방식이 될 것입니다. 결국, “팀장님, 토토로가 오늘 늦게 나와서요…”라는 황당한 변명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토토로의 포옹은 위험합니다
토토로의 커다란 몸과 푹신한 배는 누구나 한 번쯤 안기고 싶은 요소지만, 현실에서 그의 포옹을 받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토토로가 기분 좋게 재채기라도 하면, 그 바람에 휩쓸려 한참 날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토토로는 포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만히 서 있을 뿐입니다. 즉, 내가 먼저 매달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체력이 꽤나 소모될 것입니다. 결국 출근하기도 전에 피곤이 몰려옵니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서 있어야 합니다
토토로를 만나는 법 중 하나는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 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몇 시간이고 버스 정류장에서 서 있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토토로를 만난다고 해도, 그는 아무 말 없이 서 있기만 할 뿐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털에서 냄새가 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꿈속의 토토로’와 ‘현실의 토토로’는 엄연히 다를 것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이사 비용을 아껴줄까?
매일 새로운 장소에서 눈을 뜬다면 어떨까?
이사를 하는 것은 언제나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이용하면 이사 비용을 아낄 수 있을까요? 얼핏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울의 성은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 모릅니다. 문 손잡이 하나만 돌려도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로 가버릴 수 있습니다. 어제는 바닷가였는데, 오늘은 사막 한가운데일 수도 있습니다. ‘이사를 간다’라기보다는 ‘떠돌이 생활’을 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익숙한 동네에서 살고 싶다면 하울의 성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건물 유지 보수가 어렵습니다
하울의 성은 기괴한 디자인을 자랑하는데, 문제는 이 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벽이 흔들리고, 파이프가 터지고, 굴뚝에서 이상한 연기가 올라오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게다가 하울이 기분이 안 좋으면 성이 더 불안정해지기도 합니다. 이사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매일같이 집을 수리해야 하는 삶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어락 시스템이 너무 복잡합니다
하울의 성에는 여러 개의 문이 있지만, 문 색깔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집니다. 즉, 오늘 집에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손잡이를 잘못 돌려 전혀 다른 세계로 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 오늘은 집이 아니라 습격당하는 왕국이네?’라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사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보다, 예측 불가능한 삶이 된다는 단점이 더 큽니다.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면 하울의 성은 최악의 선택지입니다.
라퓨타를 찾으러 떠났다가 길 잃은 사람들
하늘을 나는 섬, 정말 찾을 수 있을까요?
라퓨타는 ‘공중에 떠 있는 전설적인 섬’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시타와 파즈가 이 섬을 찾아 모험을 떠나지만, 현실에서 라퓨타를 찾으러 떠나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것입니다.
우선, 라퓨타가 공중에 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일반적인 교통수단으로는 갈 방법이 없고, 열기구나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더라도 그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GPS로 검색해도 ‘위치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뜰 것입니다.
무사히 도착해도 문제는 계속됩니다
설령 운 좋게 라퓨타를 찾았다고 해도, 그곳에서 살아남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영화 속에서 라퓨타는 오래전부터 버려진 상태였으며, 거대한 로봇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현실이라면 로봇의 공격을 피하면서 식량을 찾아야 하는데, 공중에 떠 있는 섬에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몇 날 며칠을 굶다가 탈출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는 ‘길 잃은 탐험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라퓨타를 찾으러 떠난다는 것은 결국,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모험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도,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찾으려 하면 결국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라퓨타를 찾으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라는 뉴스 기사에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는 분명 아름답고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세계 속에서 실제로 살아간다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불편함과 고충이 따를 것입니다. 토토로를 타고 출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하울의 성은 유지 보수가 어렵고, 라퓨타를 찾으러 떠나는 것은 모험이 아니라 생존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현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환상은 애니메이션 속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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